[특파원 칼럼] 결석병에 걸린 미국

입력 2024-04-08 18:15   수정 2024-04-09 06:55

얼마 전 늦잠으로 학교 수업에 지각한 고등학생 아들을 나무랐다. “아빠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일장 연설을 하게 됐다. 얘기가 지겨웠는지 아이는 “다른 애들에 비해선 아무것도 아니다”고 항변했다. 미국 학교에선 지각자는 셀 수 없이 많고 장기간 결석하는 친구들이 허다하다는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인지 찾아봤다. 아이 학교가 속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학군의 결석률은 상상을 초월했다. TV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배경이 된 지역인 만큼 결석률이 높아야 5%나 될까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지난해 페어팩스 지역 공립학교의 만성 결석률은 17.1%였다. 학교에 5일 연속 오지 않거나 한 학기에 10일 이상 결석한 학생의 비율이다. 1년간 전체 수업일수 중 10% 넘게 빼먹은 학생도 여기에 포함된다.
4명 중 1명 장기 결석
페어팩스 지역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해 버지니아주 전체 공립학교의 만성 결석률은 19.3%였다. 같은 기간 미국 전역의 평균 결석률은 26%에 달했다. 지난해 미국 공립학교에 다닌 학생 4명 중 1명 이상이 만성 결석자라는 얘기다.

특히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지역 학생들의 결석률이 높았다. 지난해 소득 상위 지역의 결석률은 19%인 데 비해 소득 하위 지역의 결석률은 32%였다. 미국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가 가구별 평균 소득에 따라 미국 전역을 3개 군으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다. 흑인과 이민자들이 몰려 있는 워싱턴DC의 결석률이 43.6%에 달한 것도 빈곤과 결석률의 높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미국 학교에서 결석자가 속출한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팬데믹을 핵심 요인으로 꼽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인 2019년만 해도 미국 공립학교의 만성 결석률은 15%였다.
팬데믹 이후 급변한 미국 학교
그러나 팬데믹이 끝난 뒤 결석률이 치솟았다. 원격수업에서 정상수업으로 전환했지만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 예전만 해도 학교는 무조건 가야 하는 곳으로 생각했다면 이젠 ‘상황에 따라 학교 수업을 빠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는 게 뉴욕타임스(NYT)의 분석이다. 가령 학교 버스를 놓치거나 준비물을 안 챙겨왔으면 ‘오늘 학교 안 갈래’라고 생각하는 등교 포기자가 많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재택근무하는 부모가 늘어나 아이를 가정에서 돌볼 여력이 커졌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미국 교육당국은 결석률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교사들이 결석 학생 부모에게 문자나 이메일로 결석 사실을 알려주는 게 대표적이다. 장기 결석자 가정을 방문해 부모와 상담하는 교사도 많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근무가 정착된 미국 기업과 달리 학교들은 이렇다 할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란 낙관론도 사라진 지 오래다. 단기간 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결석률을 낮추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학교 내 결석자가 늘면 저학력자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학생이 증가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미국 학생들에게 등교는 선택사항이 됐다”(케이티 로산밤 듀크대 교수)는 평가처럼 미국 학생들이 ‘결석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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